본문 바로가기

1. 한국주식투자 아이디어

[종목분석 64] LG화학 : 한국 주식시장 슬픈 현실


LG 화학  


LG 화학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 발표  

물적 분할은 대주주의 횡포, 인적 분할은 주주와 공존  

그동안 고통분담한 주주들은 무시하고 자기 주머니 채우는 격 

소액주주의 재산이 대주주로 넘어가는 최악의 수 


LG 화학은 뜨거웠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 자동차 시대 개막에 맞춰 지난 수년간 투자를 이어온 배터리 사업부의 성장성이 드디어 부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올해 주가는 급등하여 한 때 70만원을 넘기도 하였고 조만간 100만원도 가능하다는 증권사 의견도 여럿 있었다. 이렇게 언론, 증권사의 낙관적인 전망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치솟던 LG화학 주가가 지난 9월 17일 암초를 만났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의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를 명목으로 해당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IPO를 준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도대체 왜 그동안 LG화학 다른 사업부가 번 돈으로 힘겹게 키워놓은 배터리 사업부를 이제 막 이익이 나려는 시점에 분할한다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인적분할보다 물적분할이 내 돈(대주주입장)이 덜 들면서도 투자금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적분할의 경우 투자금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채권 발행이나 증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조달이 어렵고 대주주 역시 보유지분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기존 주주와 똑같이 지분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독식하기 어렵다. 반면 물적분할은 해당 사업부를 분사하여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특히 요즘같이 유동성이 풍부하고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은 상태라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쉽게 예를 들어 신설 배터리 회사가 2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그 중 30%를 IPO한다고 가정하면 순식간에 6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것이다. 대주주는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 반면 증자를 통해 6조원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6조원의 33%인 약 2조원은 대주주가(LG) 부담해야 한다. 오너입장에서는 당연히 물적분할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LG 화학 안에 포함되어 있을 때보다 LG배터리 부분으로 분사할 경우 배터리 부분은 미래 성장성을 더욱 인정받아 고평가되고 LG 화학은 전통적인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저평가 받을 수 밖에 없어 소액주주가 함께 공유했던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사측에 뺏기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일부 언론이나 증권사에서 배터리 사업부가 상장되어 제 가치를 인정받고 LG화학을 통해 간접 보유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LG 배터리와 같이 성장성으로 기대를 받는 회사는 직접 보유할 때 그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보유하면 현재 다른 사업부와 섞여서 보유하는 것보다도 못한 가치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어떻게 지금보다 한 다리를 더 건너서 보유하는게 이득이 된다는 말인가? 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더욱 재미 있는 것은 증권사들의 리포트이다. 대부분 매수의견을 제시하면서 자신들은 상당부분 매도하였다. 그렇게 좋은데 왜 매도하는 것일까? 이런 모습들이 한국 주식시장의 자화상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매매만 많이 만들어내면 된다. 또한 IPO를 통해 수수료도 챙기고 주식 시장에 활기를 돌개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LG화학 입장에서는 대주주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하면서 투자금만 확보하면 된다. 다른 것은 중요한게 없다. 이것이 한국주식시장이 지난 10년간 박스권에 머무른 이유이고 앞으로도 크게 비전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