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엔비디아 CEO의 한마디에 오늘 5% 넘게 급등 마감하였다. 그동안 SK하이닉스에 밀려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했는데 어제 엔비디아 젠슨황 CEO가 삼성 제품을 테스트 하고 있다는 한마디에 주가가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테스트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양산단계 수율문제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HBM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만 의지하기에는 부담이 높기 때문에 일부 물량이라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제품을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향후 HBM 시장이 전체 D램 시장의 50%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HBM 시장 진입은 늦었지만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해 기대감이 낮다. 삼성에는 부품과 완제품이라는 이질적인 사업부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의 파운드리 산업은 여러가지 호의적인 시장 상황에서도 고객사와의 경쟁 우려 때문에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우수한 인력과 한정된 자본이 메모리와 파운드리로 양분된다는 점이다. 하나만 제대로 해도 타사와 경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이 자칫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자본 투자가 점점 더 커지는 시점에서 삼성이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리더십을 가지고 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상대는 TSMC와 SK 하이닉스다. 현재 잘하고 있는 메모리에 집중하면서 파운드리는 틈새 시장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어제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주가 관리에 대한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반도체 업체의 주가는 상승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몇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답답한 점은 이런 부분을 경영진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10조원의 배당을 하고 있는데 주주환원을 더하라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더 나은 방법이 있는데 왜 무슨 이유로 이런식의 주주환원을 하는지 답답하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 관리 방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관리 선진화를 위해 몇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모든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주주 가치 향상에 둔다는 선포가 필요하다. 이것은 비록 선언적일지라도 주주들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둘째,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이 아닌 자사주 매입 소각 중심으로 주주환원을 변경해야 한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 (애플,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 소프트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 소각에 훨씬 큰 비중을 둔다. 그 이유는 배당은 15.4%의 세금을 지불하지만 자사주 소각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또한 주식수를 안정적으로 줄여감으로서 배당 총액이 같더라도 배당금을 꾸준히 늘려갈 수 있다. 삼성전자는 거의 3년째 같은 배당금을 지불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한 헤지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줄이거나 중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배당은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주가에 매우 치명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기업들은 주주환원의 유연성을 높이고 배당금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삼성도 반드시 이렇게 변해야 한다.
셋째,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해야한다. 이재용 회장이 결정을 하지만 사업이 잘못될 경우 책임은 다른 CEO가 진다. 이것은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개인 회사가 아니다. 이재용 회장의 최고 의사결정자라면 IR이나 신제품 발표에서 본인의 경영철학과 실적, 제품에 대한 생각을 주주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우리는 팀쿡이나, 일론 머스크, 사티아 나달리와 같은 CEO를 볼 수 없을까? 언제까지 계열사 돌아다니며 사진이나 찍을 생각인가? 세상이 인공지능을 앞세워 미래로 달려가는데 삼성은 아직도 1990년대 지배구조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지 삼성에 묻고 싶다.
이러한 변화 없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글로벌 경쟁 뿐만 아니라 높아진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삼성의 뼈를 깍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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